화제를 다시 1952년 상항 도착 당시로 돌이켜서 그후 이야기를 계속해 보겠다. 우리 일행은 상항에서 휴식 후 미국 정부에서 마련해준 침대차를 타고 서해안을 따라 남하, LA에 도착했다.
그곳에 대기 중이던 대형 버스에 승차, 헐리우드를 포함해 LA 일대를 구경 후 LA를 출발, 택사스 남단의 엘파소에 잠시 들렸다가 다시 북상하여 만 3일 만에 최종 목적지인 오클라호마주 로톤역에 도착했다.
포병학교는 로톤시시 교외에 위치한 포트실이라고 불리우는 교육/훈련 기지로 포사격장을 포함한 방대한 면적에 어마어마한 인원과 시설을 갖춘 곳이였다. 이곳에서 우리는 1인 1실 숙소에 머물면서 약 5개월간에 걸친 철저한 포병교육을 받았으니 전시 중 이런 귀중한 기회를 만들어 국군포병의 질적 향상에 기여해준 미국 정부에 무한한 감사를 표하는 바다.
주말이면 버스를 타고 로톤시에 나가 시가 구경도 하고 그곳에 하나뿐인 중국 식당에서 우리 입맛에 맞는 국수 사먹는 것이 큰 낙이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포트실 경내에서는 몰랐는데 로톤시로 가는 버스 뒷편에 '유색인(Colored)'이라는 표식이 있고 흑백좌석이 분명히 갈라져 있는 것이였다. 버스뿐만아니라 정거장 대합실, 화장실 등 여러 공공시설에 백인/유색인(White/Colored) 사인이 있어 우리들을 다소 당황케했다.
우리는 어디에 속하는가 하는 것이 우리들 내부에서의 질문사항이였다. 그러나 우리들의 답은 분명했다. 미국정부 초대로 이곳에온 대한민국 국군장교들은 마땅히 국빈 대우를 받아야한다는 결론이였다. 국내에서 겪지 않은 인종차별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상항에서 경찰관이 휴대하는 권총을 보고 처음 이상히 느낀바 있었고 오클라호마에 와서 흑인차별 현장을보고 두번째 경이감을 갖게된 것이다.
원래 미국의 대농장주들은 아프리카에서 흑인 일꾼들을 사들여와 마치 그들의 소유물처럼 부려먹었다. 1957년 인권법(Civil Rights Act)은 "모든 미국인은 투표할 권리가 있다"라고 규정했으나 그당시에는 불과 20%의 흑인만이 투표자격이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백인과 흑인간의 차별대우는 대단했으며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흑백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있다.
흑인 뿐만이 아니라 한민족보다 앞서 이민온 중국과 일본계 이민자들도 초기에는 적지 않는 차별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필자가 1959년 시애틀에서 만난 일본계 한사람 말에 의하면 2차대전 전 일부 백인 이발관에서는 동양인 손님을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원래 백색과 흑색은 극과극의 색갈로 이 두 인종이 합친다는게 이론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우선 우리들 자신도 흑인을 처음 대하면 일종의 거리감을 느끼는게 사실이다. 한편 흑인 자신들에게도 문제점이많다. 첫재 교육열이 부족하고 기회가 있어도 잡지 못하고 빈민촌소 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범죄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다. 1950년대 이후로 흑백관계가 여러모로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갈길은 멀다고 봐야겠다.
위에 설명한대로 대내적으로 총기와 흑백갈등 문제만을 언급했지만 이외에도 동성결혼, 길거리 도처에 볼 수 있는 도박장과 대마초 점포에 길모퉁이마다 서있는 집없는 노숙걸인들은 세계 1등 국가를 자랑하는 미국의 위상을 손상시키는 상징이 아닌가 느껴진다.
대외적으로도 미국은 세계 분쟁지역마다 파병하여 출혈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 예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소탕전은 10여년 계속되고 있지만 끝이 보이지않는다. 미국의 전쟁경비는 곧 국가재정에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치고있다. 1972년, 당시 닉슨 대통령은 헨리 키신저 고문을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 모택동과 주은래를 만나 잠자는 사자 중국을 일깨웠다. 이로써 가난하고 폐쇄되었던 중국을 개방시켜 미중간의 국교와 통상 교역이 시작되었다.
그 후 미국의 대기업들이 앞을 다투며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게됐고 '중국산(Made in China)' 물건이 미국에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중국은 풍부한 인력을 총동원하여 '박리다매' 국가정책 하에 필요한 외화획득에 최선을 다해 오늘날 세계에서 제2 경제대국(?)으로 군림하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보면 미국이 오늘날의 거대 중국을 길러준 셈인데 중국은 미국과의 친선관계는 고사하고 이념과 이권 문제로 러시아와 손을잡고 미국을 견제, 적대시하는 아이러니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배은망덕, 은혜를 원수로갚는 꼴이 돼버린 것이다.
지난 역사를 더듬어보면 자유민주주의의 종주국이며 셰계굴지의 경제, 군사대국인 미국은 지구상 여러 개발도상국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경력을 가지고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피원조국가들이 원조를 받고서도 반미국가로 돌아서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즉 돈주고 약까지 주었는데 돌아오는것은 욕뿐인격이 된것이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가 교육수준이 낮고 정치, 경제, 사회면이 판이한 개발도상국가에서는 미국식 제도를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우선 북한과 대치상황에 있는 한국도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그대로를 수용하기란 어렵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미국이란 나라는 세계만민이 동경하는 신기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총기 범죄가 많고, 인종갈등이 상금 존재하고, 대마초가 공공연히 판매되고 있고, 동성결혼이 허용되어 있고, 공인 도박장이 거리곳곳에 자리잡고 있고, 걸인 노숙자들이 가두에서 구걸하는 나라이지만 이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 공평하고 노력만 하면 자립,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땅임에 틀림없다. 미국을 적대시하는 중국 고위 인사들도 그들 자제들 교육은 미국을 선호하며 2015년 통계에는 무려 30만4,040명의 중국학생이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이였다고 한다. 한국 유학생 수도 2위인 인도 다음인 6만3,710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최근에와서 미국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종전에 비해 감소된 추세이나 미국의 잠재력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풍부한 인력과 자원과 농산물은 곧 이나라의 국력을 의미하고 남음이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다방면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북한의 도발과 쌍방의 선제타격 운운, 강대국 일본과 중국과의 외교마찰에다 국내의 불안한 정치상황, 그리고 최근 계속 발생하고있는 한진,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의 악재들은 한국의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양상을 여실히 보여주고있다. 이럴때일수록 국민이 단합하여 더욱 국건한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하며 이 위기 난국상황을 무난히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윤영목
전 서북미/오레곤 6.25참전 국가유공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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