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50년 6.25전쟁 발발 2개월후인 8월에 군에 입대, 간부 후보생 과정을 거쳐 그해 12월에 육군 포병소위로 임관과 동시 바로 일선부대에 배치됐다.
주로 동부와 철의 삼각지전투를 포함한 중부전선을 전전했다. 1952년 3월, 육군본부에서 예기치않은 호출령이 내려왔다. 내용인즉 국군 포병 확장계획에 따른 기간요원 양성을위해 한국군 장교를 미국 오클라호마주 포트 스틸 소재 미 육군 포병학교에 파견, 최신 포병교육을 받게하는데 필자가 그 일원으로 차출됐다고 한다. 그당시 고된 일선복무 중 상상 외의 도미 교육 소식은 마치 꿈인양 느껴졌다.
오늘 필자는 64년전 방문했던 미국과 오늘날의 미국을 비교해 보면서 느낀바 몇가지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볼까 한다.
그당시 한국군에는 우리 자체 군복이 없어 모자와 계급장을 제외하고는 미군 군복을 입고 장도에 올랐다. 100명의 선후배 장교들로 구성된 일행은 인천에서 미군 수송선을 타고 일단 일본 사세보항에 기항했다. 선상에서 내려다본 사세보항 부두는 군수물자 하역에 대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바로 느껴진 것이 6.25전쟁으로 일본의 전후 복구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구나 하는 것이였다.
우리가 탄 배는 사세보에서 소요물자를 싣고 17일간의 지루한 항해 끝에 무사히 태평양을 횡단, 샌프란시스코(상항)항에 도달하였다. 폐허로 변해버린 조국땅을 보다가 배가 상항에 접근하면서 펼쳐지는 그 광경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학교 지리시간에서 배운 금문교를 지나 부두에 도달했을때 그곳에는 우렁찬 군악대의 연주와 함께 한국에서 복무를 마치고 같은 배에 함께 타고온 미군 장병들 가족들이 나와 있었다.
일찍 지상낙원이요 무릉도원이란 말을 들어본적이 있었는데 이곳이 바로 그 지상 낙원이구나 하고 느껴질 정도였다. 하기야 한반도 북반부 김씨왕조도 그곳을 지상 낙원(?)으로 자처하고 수많은 재일동포를 대려갔지만 우리의 눈앞에 나타난 상항 풍경은 차원이 다른 글짜 그대로의 지상낙원으로 보였다.
우리 일행은 곧바로 상항 부두근방 기지숙소로 안내됐는데 도중 시가지에서 바로 눈에 띄인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건장한 몸매의 경찰관들이 엽구리에 권총을 휴대 하고 있는 것이였다. 그때 미국 사정에 익숙치 않은 나에게 문득 생각나는 것이 이 평화스러운 지상낙원같은 곳에 권총이 왜 필요할까 하는 의아심이였다.
이 시점에서 미국의 총기에 관해 그 역사와 유래를 간단히나마 더듬어 보겠다.
1776년 미국의 독립당시 제정된 헌법 중 1791년의 “개정판 제2조항”(The Second Amendment)을 요약해 보면 모든 시민이 어떤 총기라도 소지할 권리가 있다라고 되어 있다. 국가의 법질서가 문란했던 그 당시에는 그런법이 절실히 필요했을 것으로 추측이 간다.
그러나 건국이래 240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 어느 나라 보다도 법질서가 확고하고 인명을 존중하는 미국에서 지금도 21세기 서부활극 총격전이 끊임 없이 발생하고 있다. 10대 갱단들의 총격사건은 일상사요 특히 최근에 와서는 경찰과 민간인간의 총격건이 빈번히 발생하고있다. 2013년 통계에의하면 미국 총인구 수 보다 많은 3억정이 넘는 총기가 미국 시민들 손에 있다고 한다. 2015년 통계에는 총기로 인한 사망자가 13,286명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총기규제는 거의 불가능하다. 첫째 헌법수정이 어렵고, 둘쨰로 강력한 “전국총기협회”가 총기통제볍을 적극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종 총기들이 아이들 장난감 정도로 뒷골목에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고 그것이 악인들 손에 쉽게 들어간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편이점을 운영하는 한인들 태반이 한번쯤은 권총강도 피습 경험이 있었을 것으로 믿는다.
필자는 1956년 6년1개월의 군복무후 예편, 1년 후인 1957년 중단된 학업을 계속 하기 위해 도미 유학길에 올랐다. 그때 처음 들린 곳이 워싱턴주 동부 풀만에 있는 워싱턴주립대학이였다. 내년이면 도미 60년이 되는 셈이다. 근 60년의 미국생활을 하면서 1952년 필자가 처음 느낀 지상낙원 미국 역시 그동안 많은 변천과정을 거처 왔다. 미국에도 인간사회에서 생겨나는 많은 문제들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다음주에 계속)
윤영목
전 서북미/오레곤 6.25참전 국가유공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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