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라고 하니까 ‘100세 청년’이라고 하는 1989년도에 나온 식품학자의 저서가 생각난다. 한 세기를 툭 끊어 청년이라고 한 통쾌한 제목 때문인지 그 저서의 제목은 오랫동안 필자의 기억에 선명하다.
그런데 그런 100세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이야기로 가까워지고 있다. 물론 중년 이후 노인질환으로 병세를 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80 넘어서도 여전히 평범한 우리이웃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그렇다고 나이가 사회생활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은 아니다. 50세가 넘으면 취직 원서 낼 곳이 없고 60대에 퇴직은 누구도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70세 넘어 젊어서 하던 일을 계속한다면 복 받았다고 부러워한다.
그런 가운데 지난 3월 25일부터 5월 1일까지 평창동의 가나아트센터에서 ‘백세청풍’이란 제목으로 1916년생 현역화가 김병기(金秉騏) 작품전이 열렸다. 김병기화백은 소 그림으로 유명한 이중섭과 동갑, 초등학교 동창으로 40세 때 타계한 이중섭과는 크게 다른 화가로서의 인생행보를 보인다.
김병기화백은 49세 때 한국미술협회이사장까지 오른 이후 미국 뉴욕주의 새러토가스프링스, 웨스트체스터 등에 정착하여 40년을 살았고 2006년 LA로 이사가 서울로 돌아 올 때까지 미국인으로 49년을 살았다. 그는 2014년-2015년 과천국립현대미술관의 회고전 초대를 계기로 한국에 다시 정착, 국적을 회복하고 100세 현역으로 현재 서울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회를 전후한 그의 인터뷰 기사들을 읽어보면 그는 ‘과거는 말고 현재를 이야기하고 다른 이야기는 말고 미술만을 이야기 하자’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필자는 정보를 늦게 접해서 전시회 마지막 날에야 전시장를 찾아 100세 현역 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작가의 나이를 미리 듣고 가서인지 그림들이 더욱 고차원적이고 불멸의 어떤 것을 포착하려는 여전히 치열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그림을 감상하고 나서 드는 생각은 예술의 탁월함에 대한 긴장감도 있지만 과연 이 백세 화가의 하루 세끼는 누가 챙겨주며 세탁은 누가하고 집안청소는 누가 할까 하는 일상생활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만일 은퇴한 능력자들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면 65~75세까지는 비서를 두고 기관장도 할 수 있고 자영업도 계속 할 수 있고 혹은 파트타임으로 사회참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이후 75세가 넘어 85세까지는 집에서 텃밭을 가꾸거나 저술이나 예술, 혹은 일부 가사활동 등 안전하게 재택근무형태로 노년의 체력에 적응하면서 살살 일하는 활동을 계속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다.
그런데 85세가 넘으면 100세까지 15년이나 남았지만 일반적으로 매년 시력, 청력, 보행능력 등에 현저한 체력 감퇴를 느끼게 되고 가까운 곳으로 외출이나 쇼핑에도 보호자가 같이 가야 마음이 놓이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100세 노인이 체력적 한계를 알면서도 100년을 살아낸 성인 인간으로써 사회의 아주 작은 마지막 한 부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듯이 사실은 마을 전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사/사진=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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